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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6
by 우정호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시대를 연 ‘투 헤븐(To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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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8-26작성자  by  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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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이어집니다.)

 

- 1998년 [To Heaven] 데뷔와 함께 공개했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조성모라는 이름만큼 조성모라는 이름만큼이나 주목받았습니다. 제작비도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요.

 

조성모 : 그렇죠. 당시에는 몇천만 원 단위 제작비를 들인 뮤직비디오조차 없었죠. 그 당시엔 방송 나간 클립들을 짜깁기해서 편집한 걸 뮤직비디오로 내보내고 막 이런 시절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제작비가 1억 원이 넘게 제 노래 뮤직비디오에 들어간다고 해서 저도 놀랐어요. 뮤직비디오 찍는다고 와서 보라고 해서 갔는데 정말 영화 촬영장처럼 돼 있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저도 연습생 하면서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음반 나올 땐 어떤 촬영을 하는지 직접 눈으로 봐왔잖아요. 거의 캠코더로 뮤직비디오 찍고 그런 시절이었는데, 영화 찍는 카메라가 와서 찍고 조명도 막 탑차가 오고, 쫙 올라가서 카메라가 위에 앉아가지고 찍고, 막 비 내리는 살수차도... (놀라며) 차가 막 폭파하고... (웃음) 그래서 내 뮤직비디오를 가지고 이 사람들이 혹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영화 개봉을 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게 바로 '투 헤븐(To Heaven)' 뮤직비디오였던 거죠.

 

- 뮤직비디오를 드라마타이즈 방식으로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성모 : 제 뮤직비디오 찍으신 김세훈 감독님이 그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그래, 결정했어!"(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전 코너 'TV 인생극장'의 시그니처 대사 – 편집자 주) 하는 거 있죠? 그걸 찍으신 감독님이세요. 그게 뮤직 드라마잖아요. 그걸 많이 찍으신 분이라 이미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하셨어요. 

 

이 분이 드라마를 이미지화해서 갖고 오셨는데, 보통 가수들 뮤직비디오에서처럼 가수가 부르는 립싱크 부분을 아예 빼보자고 하셨고, 전체를 드라마화하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이 결정이 노래가 줄 수 있는 감정을 더 살리게 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때 김광수 사장님께서 판단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약점은 가리고, 강점은 확실히 살려 투자해서 내보내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부분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이병헌, 김하늘, 정준호 같은 유명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한 점도 화제였습니다.

 

조성모 : 인맥 덕분이죠. 그러니까 최형창 작가님이라고 드라마 작가하시는 분께서 그 뮤직비디오 시나리오를 쓰셨거든요. 그러면서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에게 부탁드리고, 당시 제작사 사장님께서도 배우들 섭외하고 부탁하시고. 제가 알기로는 많은 분들이 우정 출연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며칠을 고생하셨는데. 사장님께서 좀 크게 선물들 하셨나 모르겠다. (웃음)

 

-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시도이자 새 장르였습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의기투합한 결과인가요?

 

조성모 : 네. 작업도 되게 재미있게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드라마 타이즈로 시도한 적이 거의 없었고, 또 발라드 곡이니까 더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듯한 그런 뮤직비디오의 시대를 우리가 한번 새롭게 열어 보자는 기대를 하시면서. 그 열기가 대단했어요. 영상을 모르는 저도 ‘와,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쏟는 열정들이 엄청나셨고. 다행히 사랑도 받게 되어서 아마 굉장히 안도하셨을 거예요. 기쁘셨을 것 같아요. 

 

- 그 당시 뮤직비디오는 가수가 직접 나와 립싱크를 하는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요?

 

조성모 : 그렇죠. 거의 대부분 발라드 뮤직비디오는 립싱크를 하고, 잠깐잠깐 드라마 타이즈가 들어가는 식의... 잠깐 싸우거나, 잠깐 돌아서 일어나거나, 잠깐 손을 악수한다거나, 안는다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을 충분히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는 없었던 것 같아요.

 

- ‘투 헤븐’ 뮤직비디오 공개와 동시에 인기를 체감하셨나요?

 

조성모 : 그렇죠. 뮤직비디오 나오기 하루 전과 당일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 전날 저는 친구들하고 뮤직비디오 나오고, 음반 나온 축하 파티하면서 5천 원씩 모아서... (웃음) 전철 타고 다녀도 제가 가수인지 아무도 몰라줬는데, 뮤직비디오 나간 다음 날부터 혼자 다니기 좀 곤란해지고, 앞에 기자분들도 막 이렇게 기다리시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아요. 

 

- 데뷔 초엔 ‘얼굴 없는 가수’ 전략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얼굴을 공개하게 된 건 언제였나요? 

 

조성모 : 그 당시에 사장님이 늦추신다 늦추신다 했는데 워낙 급박하게 상황들이 벌어지니까 결국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런데 따져보면 빠른 게 아니에요. 원래 발라드 가수들은요, 당시에 라디오 활동을 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 가수 곡 리퀘스트 횟수가 올라오면 그 순위를 가지고 TV로 시작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저는 그런 거 없이 두 달 만에 기다렸다가 바로 가요 순위 프로 방송하면서 그날 바로 트로피 받고. (웃음) 그랬던 것 같아요. 

 

얼굴 처음 공개된 건 이소라 선배님 진행하시는 음악 프로였는데, 너무 심장이 뛰고 떨려서 어떻게 방송했는지 생각도 안 나요. 당시 음악 방송으로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방송은 시청률도 20% 이상 나오고, 그 방송에서 잘 하냐, 못 하냐에 따라 가수의 생명이 결정나는 정도의 파워를 가졌었단 말이죠. 그런데 사장님이 방송 첫 출연을 그 방송으로 하겠다고 하시니까 제가 진짜 제발 부탁드렸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이 방송이야말로 가장 늦게 해야 되는 거 아니겠냐. 너무 긴장되고 무조건 잘 해야되는 방송인 것 같은데. 그런데 밀어붙이시더라고요. 첫 방송으로. (한숨) 그런데 그 방송하고 나서 욕먹었어요.

 

- 왜요? 

 

조성모 : 사장님한테 큰소리 듣고, 와갖고 막... 그때 제가 목 폴라를 입었거든요. 안 입던 옷이니까 계속 목이 답답하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목을 뜯고... 쑥스러워가지고 말도 주변머리 없이 하고. 욕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방송하지 말아라. 방송에서는 똑바로 정신 차리고 진짜 니가 말을 준비하고 해서 했어야지”하시면서. 그런데 나중에는 그거 때문에... (웃음) 그 풋풋함 때문에 귀여워서 인기가 생겼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 그 이후엔 어떤 큰 변화들이 이어졌나요?

 

조성모 :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후부터는 저를 알아봐 주시고 팬클럽도 생기고, 가요 순위 프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불러주는 데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여대 축제에 엄청 불려 다녔거든요. (웃음) 여대 축제는 다 간 것 같아요, 그 당시에.

 

- ‘투 헤븐’의 성공으로 이후에도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아시나요’의 경우 제작비만 15억에 달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고요.

 

조성모 : 아, ‘아시나요’는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10억까지는 아닌데, 원래 한 5억 들면 8억 들었다고 해야 되는 거고, 8억 들면 10억 든다고 해야 되는 거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7억은 정말 넘게 들었어요. 그 촬영지가 영화 ‘플래툰’ 촬영지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있는 모든 영화 장비를 다 사용했으니까 정말 제작비만 해도 어마어마... 한 장면 찍으려고 헬기도 5대씩 띄우고. 제가 앞을 보고 있는데 헬기가 쫙~ 밀고 가는 그 한 장면 때문에. 어유, 정말. 폭탄 작업까지 하고 했으니까요.

 

- 지난 뮤직비디오들과 달리 ‘아시나요’에서는 직접 주연으로 연기하셨습니다.

 

조성모 : 네. 제가 주연이었죠. 제가 드디어 여러분들의 정말 사랑에 힘입어, 힘이 생겨서 주연을 제가 꿰찼습니다. (웃음) 한을 풀었습니다. 

 

- ‘아시나요’의 경우 정준호, 신민아, 허준호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다른 뮤직비디오들에도 당대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열연했습니다.

 

조성모 : 아무래도 1집 ‘투 헤븐’, ‘불멸의 사랑’이 여러분께 사랑을 받으니까 그다음에 나와주신 분들도 좀 흔쾌히 승낙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단하신 분들인데 어떻게 섭외가 쉽겠어요. 그래도 전보다는 여쭤보기가 조금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조성모라는 가수가 드라마 타이즈로 또 뮤직비디오 찍으려고 하는데, 노래 보내드릴 테니 한번 들어보시고 출연 여부 판단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정말 다 흔쾌히 출연해 주시고.

 

또 재미있던 건, 저희가 신인분들 같은 경우는 부탁한다기보다는 오디션을 보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나중에 이~만큼 떠서 어마어마한 분들이 돼 계시고. 저도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신기해요. 예를 들면, 강동원 씨, 한지민 씨도 있고. 김하늘 씨도 그땐 신인이셨어요. 신민아 씨도, 김정은 씨도 신인이셨고. 어떡하지? 얘기하다 보니까 막 그때 생각나서. 

 

정말 너무 신기했던 게, 나중에 저희 프로듀서 분들, 김세훈 감독님하고도 얘기하다 보면 ‘야, 뜰 줄 아니까 뽑은 거지’그러셨지만 그게 진짜 정말... 아니, 뜨는 폭이요. 얼굴이 알려진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한다거나 (웃음) 그 신인분들이 그 정도로 성장해 간다는 점이 참 신기해썽요. 또, 나중에는 그런 게 섭외가 쉬워지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웃음) 조성모 뮤직비디오 나가면 뜬대. 바로가 아니어도 나중에 가서 뜬대. (웃음)

 

- 조성모 씨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성공 이후 다른 가수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를 들고나왔습니다.

 

조성모 : 아유, 그래서 제가 나중에 애매해졌어요. (웃음) 너무 많이 다들 드라마 타이즈를 찍어서. 저만했었어야 좀 오래 하는 건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결정적으로 제가 설 데가 없는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똑같은 게, 제가 예전에 뜀틀 좀 넘었잖아요. (KBS <출발드림팀> - 편집자 주)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완전 운동선수 출신 연예인들이 나오니까 제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처럼 제가 드라마 타이즈로 뮤직비디오를 찍다 보니까 다른 가수들도 더 큰 배우들, 우리나라 최고 영화, 광고 감독님들 데려다 더 좋은 장비로 찍고 이러다 보니까 이야... (웃음) 한계를 느낀다 싶었죠. 

 

- 당시 뮤직비디오로선 최대 제작비를 들인 ‘아시나요’의 영향도 있었겠군요.

 

조성모 : 그런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진짜 말이 안 돼요. ‘아시나요’ 찍으면서 진짜 저희도 그랬어요. 허준호 선배님, 정준호 선배님, 같이 막 이렇게 촬영 중에도 얘기를 하잖아요. “야, 성모야. 이제 헬기 띄우고 우리가 베트남까지 왔다.” (웃음) “우리는 전쟁까지 저질렀다. 이제는.. 우주로 나가야 되는 거냐? 우리, 스타워즈로 가야 되는 거니?” 그런 농담을 했는데, 그렇게 블록버스터급으로 찍었던 이유도 어찌 보면 너무 많은 드라마타이즈 작품들이 나오니까 차별점을 두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아시나요’는 립싱크 방식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는데 왜 출연하신 건가요?

 

조성모 : 그렇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웃음) 제 거예요. 조성모라는 이름이... 보세요. 조성모의 ‘아시나요’죠. ‘아시나요’의 조성모가 아니에요. (웃음) 

 

- 다른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에는 가수가 스스로 출연했던 가수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여쭤봤습니다.

 

조성모 : 아, 저는 아무래도 사람이 원인 값이 있으면 결괏값이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투 헤븐’, ‘불멸의 사랑’에 출연 못한 한이 깊이 박힌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2집 때 좀 불안해서 제가 뜀틀을 열심히 넘었어요. 1집 성공하고도 실은 많이 불안들 하셨거든요. 반짝 스타가 될지도 모르고, 2집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불안하다고. 

 

그래서 2집 나오기 석 달 전 쯤 부터 ‘출발 드림팀’이라는 방송이 시작됐는데, 제가 뜀틀을 잘 넘어버리네요. (웃음) 그러면서 방송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저도 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예능과 앨범을 같이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사장님이 또 뮤직비디오 찍으러 간다고 하시는 거예요. ‘For You Soul(슬픈 영혼식)’이라는 뮤직비디오 시나리오가 나왔고, 홍콩으로 떠난다 이런 얘기가 슬쩍 시작되고 있었어요. ‘아, 이번에도 내가 또 안 나올 수도 있겠구나’이런 생각이 드는데 안 좋은 예감은 늘 맞잖아요. (웃음) 그래서 사장님과 독대를 했습니다. 

 

“사장님, 제가 한 번은 나와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뜀틀 열심히 넘었지 않습니까? 분위기 심상치 않아요.” (웃음) “이번에는 제가 나오는 게 여러모로 이득일 것 같아요” 말씀을 드렸더니, “그러면 너는 주연은 안 되고 1절 끝나기 전에 빠지는 역으로 하나 주겠다.” (웃음) 그래서 “그거라도 그럼 저를 주십시오.” 그래서... (한숨) 2집 때 반 정도는 한을 풀었죠.

 

 

[사진출처=아프로뮤직]

 

(3부에서 계속.)

 

 

인터뷰 : 아카이브 K

편집 : 우정호 아카이브 K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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