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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by 우정호

한국 발라드를 향한 폴킴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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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10-27작성자  by  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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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3>와 같은 오디션 프로에서 이름을 알린 김태형이 폴킴(Paul Kim)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을 때, 영어 예명과 이국적인 소년스러움 때문에 ‘한국 음악에 관심 있는 해외 유학파 출신 가수’ 정도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커피 한잔할래요’, ‘모든 날, 모든 순간’과 같은 노래들에 담긴 한국 발라드의 에센스를 발견한 대중들의 시각은 달라졌다. 현재 싱어송라이터 폴킴은 신승훈-조성모-성시경으로 이어진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를 이어갈 가수로 평가되고 있다.

 

 

(아카이브 K는 폴킴과 2020년 7월 인터뷰했다.) 

 

 

-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한국 발라드 가수들 음악을 어떻게 접했나요?

 

폴킴 :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께서 굉장히 화를 많이 내실 수도 있지만, 가서 영어 공부 해야 되는데 가요를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택배비도 비싸고 그랬는데 가요 CD를 사서 보내달라고 제가 그렇게 부모님을 많이 졸랐던 것 같아요. 그때 샀던 CD들은 부모님 집에 다 있는데 나중에는 “너 이거 다 어떻게 할 거냐. 버리지도 못하고”하신 적도 있을 정도로. 외국에 있었으면서도 저는 팝송보다 가요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좋아했어요. 

 

- 그게 언제쯤이었나요? 

 

폴킴 : 제가 해외로 떠났던 게 2002년 월드컵 때였거든요. 그 당시에 SG워너비 선배님들이 정말 유명해서 노래방 같은 데 가면 다들 그 노래만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 본격적으로 MP3가 대중화되던 즈음이겠군요.

 

폴킴 : MP3로도 듣기는 했는데 제가 있던 곳이 인터넷이 느려서 곡을 다운 받아 듣거나 하는 게 보급화되진 않았어요.

 

- 해외 유학 중 한국으로 돌아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폴킴 : 제가 노래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가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항상 흥얼거리면서 다녔고, 친구들이 제발 그만 좀 흥얼거리라고 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이소라 선배님이 <나는 가수다> 출연하셨을 때 외국에서 그걸 열심히 봤어요. 진짜 열심히 봤는데. (웃음) 그 뭐랄까. 선배님 앨범 안에 손 글씨로 ‘나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이라고 적어 놓은 멘트가 있어요. 그걸 보고는 한창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막 이런 거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아, 참 이 사람 부럽다. 이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고, 심지어 그 이유가 노래를 하기 위한 거라니 참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 나는 노래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노래를 안 하지? 나도 노래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정말 번개처럼 지나가고 바로 실행에 옮겼죠. 2011년도에 마음을 먹고 바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 그리고 데뷔했을 때 나이가 스물일곱이었죠? 

 

폴킴 : 네. 2014년도에 제 첫 싱글이 나와서 데뷔라고 해 주셨는데, 다들. 그때는 데뷔라고 생각도 못 할 만큼 그냥 정말 뭐랄까... 그냥 음원을 하나 낸 게 전부인 상태였죠. 뭔가 활동이 있다거나 어디 가서 ‘저 가수입니다’라고 말하기도 좀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그게 데뷔라고 생각을 못하기도 했어요.

 

- 그 당시 흥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습니다. 주로 어떤 곡들을 불렀나요? 

 

폴킴 : 성시경 선배님 노래도 많이 불렀던 것 같고요. 그때 또 자작곡 같은 거를 어떻게든 부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윤상 선배님 노래도 오디션 때 불렀었고요. 그때 부를 수 있는 건 다 불렀던 것 같아요. 

 

- 곡은 언제부터 직접 쓰기 시작했나요?

 

폴킴 :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저희 친한 이모가 쓰시던 전자 피아노를 주고 가셨어요. 그 피아노로 뭔가 이렇게 막 혼자서... ‘작곡을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그냥 저 혼자 놀았던 건데, 멜로디 얹고 코드 만들고 그냥 가사 입히고. 그게 어떤 시작이 돼서 그 작업을 제가 계속 꾸준히 해 왔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제가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있더라고요. 

 

- ‘커피 한잔 할래요’는 언제 작곡했나요? 

 

폴킴 : 2013년도에. 그 노래는 제 친한 친구가 커피 체인점에서 본사에서 일하면서 그때 어떤 프로젝트로 인디 뮤지션들이 커피에 관련된 노래를 CM송 처럼 만들고 그걸 영상으로 만들자는 계획이었어요. 그 의견을 받고 바로 쓴 노래였거든요, 사실은. 그런데 그 회사 마지막 사장님 라인에서 컨펌이 안 나서 무산됐어요. 그런데 또 운 좋게 제가 그 당시에 같이 있던 그 회사에서 노래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엎어지면서 급하게 “태형아, 네 노래를 녹음해서 내자”그래서 그냥 나오게 된 거거든요. 정말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 폴킴을 한국 발라드 가수 계보를 잇는 가수로 생각하는 선배 가수들도 있는데. 어떤 점 때문에 그럴까요?

 

폴킴 : 글쎄요. (멋쩍은 웃음) 음... 그냥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을 꼽자면, 그냥 저는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제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 입에 담고 싶은 이야기들만 해 오다 보니까. 가수면 그렇지 않은 노래도 해야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런 건 없었고 너무 원했던 것들이 다 어느 정도 담겼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거 아닐까요? 

 

- 노래에 진정성이 담겼기 때문이군요.

 

폴킴 : 뭐 진정성이 없는 가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 나름대로 개인적으로는 저는 너무 절실했고 너무 하고 싶었고, 잘해서 가수가 된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발전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라서 아마 그런 노력들이 좀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분들에게. 

 

-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이수영, 성시경을 비롯한 한국 발라드 가수들 중 폴킴에게 직접적 영향을 준 선배가 있나요?

 

폴킴 : 저는 사실 성시경 선배님 노래를 정말 많이 듣고 좋아하고 많이 불렀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제가 하는 음악이 그러한 음악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노래 부르는 거나 가사를 읊는 거나 이런 것들을 참 선배님 하는 거 보고 많이 따라했던 것 같아요. 

 

- ‘폴킴이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폴킴 : 기분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뭔가 딱 규정 지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도 좀 되고요. 그런데 이렇게 보면 제가 원하는 대로 하고 있지만 모든 것들이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나는 발라더가 돼야겠어’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이, 제가 담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그런 장르였고. 그런데 뭔가 이렇게 타이틀이 붙게 되니까 이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가야만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이나 이런 것들이 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계속 저의 정체성이나 앞으로의 진로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타이틀을 지켜가야 된다면 정말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 발라드라는 장르에 애착이 있나요?

 

폴킴 : 그럼요. 아무래도 이 발라드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고 또 사랑 노래도 있고 기쁨을 다루는 얘기도 많지만 위로가 되는 발라드 곡들이 사실상 많잖아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고. 그런 면에서 그런 마음들이나 이야기를 가장 담기에 최적화된 장르인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성시경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가수로서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가 또 있나요?

 

폴킴 : 저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소라 선배님한테 영향 많이 받았고요. 또 이적 선배님, 김동률 선배님... 예전에는 가사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멜로디에 얹어지는 단어들을 흉내내고 따라 부르는 데 급급했던 것 같은데. 처음 그런 뭔가 그런 가사적 의미에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 이적 선배님이랑 이소라 선배님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곱씹게 되고 위로받고 궁금해하고.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길래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국 발라드의 역사적 인물인 유재하의 음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폴킴 : 그런데 아마 제 또래, 제 친구들은 다 저랑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유재하 음악을 처음 접할 때, 직접 찾아서 들은 게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가수들이 유재하 노래를 부르르고 오디션 프로에서도 많이 등장하니까요. 그렇게 알게 됐는데, 뭔가 그때 분위기도 ‘이런 음악을 들어야 진정한 뮤지션이야’, ‘이런 노래를 해야 진정한 뮤지션’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유재하 노래를 정말 많이 듣고, 많이 불렀어요.

 

그리고 뭐랄까. 굉장히 소수의 음악만 남기고 가셨잖아요. 그러니까 저로서는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신 거죠. 제가 갈망한다고 해서 TV에서 인터뷰를 하시게 된다거나 그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떤 존재감만으로 노래의 색깔을 규정짓는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점이 우리로 하여금 유재하의 노래를 계속 듣게 만드는 걸까요?

 

폴킴 : 그냥... 멋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그때 노래들 생각해 보면 되게 온 에너지를 쏟아 노래를 하셨다는 느낌보단 이렇게 툭툭 뱉기도 하시고 툭툭 지르기도 하시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분 역시 본인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 놓으셨잖아요. 일단은 거기에서부터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2부에서 계속.)

 

  

[사진출처=와이예스엔터테인먼트]

 

 

인터뷰 : 아카이브 K

편집 : 우정호 아카이브 K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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