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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by 최승원

긴 시간 라이브를 통해 갈고 닦은 김필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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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11-03작성자  by  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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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김필은 긴 시간 동안 인디신에서 활동하며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쌓은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한국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허스키하고 날카로운 음색은 김필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연, 드라마 OST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음악을 갈고 닦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카이브 K는 김필과 2020년 9월 인터뷰했다.)

 

 

- 먼저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필 : 저는 좀 데뷔가 늦었어요. 처음에 음악을 한 것은 20살에 대학 들어가서 시작했으니까 15년이 됐고. 그런데 데뷔를 2011년도에 했지만 많은 분들한테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2014년도가 처음이었고 하다 보니 29살에 늦게 시작한 사람이 된 거죠. 그전에 무명시절이 되게 길었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전공하려고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고, 지금도 많지만, 그때는 더 제가 입시 준비할 때는 훨씬 더 많았어요. 

 

그런데 다 그분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학원 강의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니까 가르치는 쪽으로 가냐 아니면 가르치거나. 그러니까 딱 길이 나뉘어져 있어요. 프론트맨이 될 거냐 아니면 코러스 백업 이제 보컬로 남을 거냐. 

 

여러가지 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저는 가르치는 건 자신이 없고. 노래는 하고 싶고, 무대는 서고 싶고 하다 보니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삼청동에 있던 작은 클럽이었어요. 라이브 클럽. 그래서 거기에서 시작해서 혜화동으로 가서 한 8년 정도 노래를 했죠, 거기서 아르바이트로. 

 

지금은 성북동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가 되게 오래된 곳이고 김광석 선배님이나 김현식 선배님, 들국화 전인권 선배님 이런 분들과 같이 무대를 선 경험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사랑과평화와 같은 대선배님들과 같이 연주하셨던 선배님들이 또 계신 곳이라서. 많이 배우고 그랬죠.

 

- 아르바이트하면서 주로 어떤 노래를 많이 부르셨어요?

 

김필 : 올드팝 아니면 스탠다드 재즈 그리고 오래된 우리나라 음악을 많이 했었는데, 저는 처음으로 김광석 선배님 음악을 알게 됐죠. 그때 처음 알았죠. 제가 제 레퍼토리로 만들어서, 오디션을 보고 오디션에 합격하면 이제 레퍼토리를 준비하죠. 밴드 선배님들이 어울릴 것 같은 노래 저한테 추천도 해 주시고 그 다음에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선곡해서 했었죠. 

 

- 반응은 어땠어요? 

 

김필 : 항상 좋을 수는 없죠. 음악이 너무 주관적인 취향을 타기 때문에. 그런데 그래도 좋아해 주셨고 공연했던 곳이 술을 파는 곳이다 보니까 좋아해 주셨죠. 음악이 나오면 되게 분위기가 좋아지고 그랬었어요. 

 

처음에는 엄청 떨었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오디션 보고 도망가려 했어요. “아, 이거 못하겠다, 내가 할 그게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담력이 센 사람이 서야 하는 무대 같았어요. 그래서 어려웠죠. 그런데 하다보니 훈련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라이브 하는 거에 대해서 이런 공연이 나에게는 수련이고 또 객석에 계신 분들 반응 보면서 어떤 노래할 때 좋아하고 또 내가 어떻게 했을 때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됐었고. 되게 좋았어요. 

 

- 어떤 점이 두려우셨는지

 

김필 : 실수하면 끝이니까. 왜냐하면 거기 리버브가 아예 없어요. 엄청 드라이하게 어쿠스틱 악기들로 연주를 하는 곳이었었기 때문에 그랜드피아노, 기타도 클래식기타, 그리고 드럼도 스틱으로 이렇게 안 하고 브러시나 아니면 완전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 드럼 스틱 말고 좀 더 여린 소리가 나는 스틱으로 연주했던 곳이에요. 그리고 드럼의 마이크 연결도 안 돼 있었고. 

 

그런 공간이다 보니까 제가 4분 정도 한 곡을 했을때 한 번 틀리면 너무 부끄러워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때 처음 알았죠. “아, 라이브 하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그리고 거의 하루에 많게는 15곡에서 20곡 정도 불렀었으니까. 그 안에서 엄청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죠. 그날 만약에 어떤 곡의 실수를 하게 되면 되게 기분이 안 좋죠. 

 

-어떤 노래에 관객 반응이 좋았나요?

 

김필 : 보통 그렇죠. 많이 아시는 곡들, 익숙한 곡들. 음악이라는 게 혼자만 좋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 생기는 거니까. 그런데 김광석 선배님 노래할 때 많이 좋아하셨어요. 제가 거기에서는 ‘서른즈음에’를 많이 불렀었고, 그때 제일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

 

김필 : 지금 제가 음악 하는 실질적인 경험들이나 내공들은 사실 거기에서 다 만들어진 거죠. 즐거웠다고 하면 너무 거짓말이고 괴롭고, 힘들고 자괴감 드는 순간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좀 이렇게 좀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 대학로 소극장 공연도 해보셨는지

 

김필 : 저는 제 스스로 제가 말하기를, 방구석 뮤지션이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 무명시절을 생각하면 기회도 없었지만, 뭔가 라이브 클럽에서 노래를 홍대나 혹은 혜화동에 있는 소극장들 가서 할 만큼 담이 큰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서, 가수로서 음원 차트 1위와, 직접 관객과 만나는 무대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궁금합니다. 

 

김필 : 저는 무대가 더 좋아요. 그게 진짜 같아요. 음악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업하는 거 좋거든요. 행복하고. 그런데 괴롭죠. 그런데 무대는 행복하거든요. 마냥 그렇거든요. 그리고 직접적으로 바라보면서 할 때는 달라져요 음악이. 다른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딱 들어요. 뭔가 더 완전해지는 느낌. “아, 이래서, 이러려고 이 노래를 내가 만들었고 부르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들어서 벅차요.  

 

그런데 레코딩하고 이럴 때는 괴로워요. 너무 힘들고 외롭고. 그런데 무대는 안 그렇죠. 그래서 저한테는 사실 라이브가 되게 소중하고 오래 하고 싶어요. 

 

- 김필 님 음악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 있을까요?

 

김필 :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계속 자리 잡고 있는 선배님은 김광석 선배님, 저한테는 정말 커요. 제가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서른 즈음에’라는 곡을 안 들었다면 아니, 그래도 그전에 들었죠. ‘사랑했지만’이라는 곡은 너무 유명하니까. 그때는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아, 좋은 곡이구나.” 이렇게 하고 넘어간 것 같고. 그런데 ‘서른즈음에’를 듣고는 이상한 감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게, 이게 뭐지?”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신선한 충격. “어떻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후로 저 혼자 파기 시작했죠. 김광석 선배님에 대해서 알고 싶고 궁금하고 어떤 분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생겼죠. 지금은 만날 수 없으니까. 그러면서 약간 짝사랑처럼 많이 자료를 찾아봤던 것 같아요. 라이브 하는 것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 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를 언제 처음 접하게 되셨나요?

 

김필 : 김경호 선배님이 리메이크한 “사랑했지만”을 처음 들었죠. 왜냐하면 제가 어리지는 않지만. 그때 처음 들은 음악은 ‘사랑했지만’이었고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서른즈음에’라는 곡이 시작이었고 그 뒤로 여러 곡을 좋아하게 됐죠. 김광석 선배님 음악에는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계속해서 요즘 차트처럼 내 마음속에 남는 곡들도 바뀌죠. 더 와 닿고 다 좋지만 계속 바뀌어요. 

 

- ‘서른 즈음에’에 어떤 내용이 와닿으셨는지 

 

김필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가 사실 김광석 선배님이 작사, 작곡하신 곡이 아니라 강승원 선배님 곡이잖아요. 그 구절이 저는 되게 와 닿았어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사랑인 줄 알았는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그런 표현들이 저한테는 요즘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한숨) 뭐라 그러지. 굉장히 클래식한.. 

 

그런데, 아시죠? 사람들이 다 아시겠지만, 계속 옛날 것들이 돌고 돌잖아요. 옛날에 유행한 것들이 지금 다시 약간의 변화만 생겨서, 옷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모든 것들이 특히 예술적인 것들은 계속 돌잖아요. 그래서 “와, 이거 되게 클래식한데 멋있다. 촌스럽게 전혀 안 느껴지고 굉장히 멋있다.”라고 느꼈고 요즘 음악에서 들을 수 없는 가사였어요, 저한테는. 그게 저를 때렸어요. 마음을 되게 많이 때렸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오랫동안 들을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김광석 선배님 음악을 다 찾아보기 시작했죠. 

 

- 김필 님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뭐예요? 

 

김필 : 뽑기가 어렵기는 한데요. 즐겨 듣는 곡, 정말 혼자 있을 때 즐겨 듣는 곡은 ‘회귀’라는 곡을 즐겨들어요. 가사가 시적이고요. 날것의 느낌이 많이 나요. 특히 김광석 선배님이 부르신 노래 중에도 그래요. 들어보셔야 알 텐데, 뭐라고 말을 못 하겠어요. 그 이상한 또 감정이 드는 그러니까 뭔가 설명하기 힘든 끌림이 있는 곡이에요.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너무 좋아하니까, 제가 부족하지만 커버를 많이 했었는데 “이거는 못 하겠다. 이거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건 못 한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곡이에요. 

 

- 방송에서도 김광석 선배님 노래를 참 많이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필 : 그러니까 저한테는 롤모델이고 만약에 다른 분의 음악을 하라고 하면 0순위가 김광석 선배님이 떠오르니까. 나도 김광석 선배님처럼 음악을 하고 싶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서 처음 마음을 지키고 싶을 때 꺼내 듣기도 하고, 제가 음악 하면서 어려운 순간에 그냥 끌린다고 밖에는. 뭔가 설명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좋아요. 그냥 저의 기준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음악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 ‘잊어야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필 : 20대 때 제가 처음 접했는데 기타연주를 하기 시작할 때였었어요. 그러면서 듣고 따라불렀어요. 이 노래는 사랑 노래잖아요 그런데 또 멋있는 거예요 클래식하고. 그런데 요즘 노래는 간단하고 직설적이잖아요. 그런데 이 곡은 뭔가 고민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노래인 거예요. 제가 어린 나이에 나름 사랑을 해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비슷한 경험도 또 떠오르고 하면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때 원룸에 살고 있을 때인데,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하얗게 밝아 오는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너를 사랑해.” 그런 가사를 듣고 진짜 이렇게 음악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지금도 ‘잊어야 하는 마음으로’를 부르면 말씀하셨던 당시의 느낌이 드시나요?

 

김필 : 시간이 지났으니까 다른 감정이긴 하죠. 그런데 좋죠. 선배님 음악을 만약에 제가 커버 할 때는 좀 달랐어요. 단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나 다른 묘한 기분이 느껴져요. 그냥 부를 때마다 저도 좀 이상해요. 그래서 약간 딥해져요, 혼자서. 그래서 이게 앞에 누가 있고 없고는 저한테 중요하지 않고 그 노래 안에 노랫말들만 계속 생각해요. 그 장면들이. 그러니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들으면 제가 살던 원룸 창문이 생각나고 그래요. 

 

 

(2부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출처=아카이브아침]

 

 

인터뷰 : 아카이브 K

편집 : 최승원 아카이브 K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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