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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by 김해인

2000s 옥상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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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6-01작성자  by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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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의 노래는 언제 진가를 발휘할까. 별다를 것 없는 하루임에도 지치는 어떤 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꼽는다. “수고했어, 오늘도” 라며 아무도 관심 없는 나의 슬픔을 그들이 알아준다. 옥상달빛은 심플한 멜로디와 말간 목소리로 지친 영혼들을 촘촘하게 위로하는 아티스트이다.

 

1984년생 동갑내기 두 여성이 뭉쳤다. 둘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상음악작곡과에서 만났다. 그들은 서로를 알기 전 각자 다른 음악을 전공했었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김윤주, 재즈피아노를 전공한 박세진. 둘은 원래 전공을 포기하고 다시 입시를 봤다. 20살 새내기들 사이에 섞인 24살 신입생 둘이 만난 것이다. 우연치곤 기가 막혔다.

 

둘은 순식간에 절친이 됐다. 한 빌라의 아랫집, 윗집에 있으면서 ‘같이 살다시피’ 했다. 수시로 만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서로 음악 취향이 달라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기도 했다. 때마침 지인의 전시회 개막식에서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60년대 여성 듀오 ‘은방울 자매’의 이름을 패러디해, ‘동방울 자매’로 무대에 섰다. 그 자리에 우연히 ‘올드피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뮤지션 소다가 있었다. 그는 ‘동방울자매’를 눈여겨 보고, 함께 작업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2008년, 김윤주와 박세진은 올드피쉬의 3집에 참여하게 된다. 그게 음악의 시작이었다. 둘은 ‘옥상달빛’으로 팀 이름을 정했다.같은 해 박세진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누나’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음악씬의 일원이 된 옥상달빛은 2010년 1월 첫 미니앨범 [옥탑라됴]를 데뷔작으로 내놨다.기타, 피아노, 멜로디언, 실로폰 같은 무공해의 소리를 내는 소박한 악기로 앨범을 채웠다. 또한 이 앨범을 제작하겠다 나선 이는 그들의 재능을 알아봤던 소다. [옥탑라됴]는 그렇게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레이블의 시작이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은 “옥상 한켠 텃밭에서 햇살을 기다리며 묻혀 있는 씨앗의 소리 같은 풋풋한 무공해 사운드!”라며 그들의 음악을 평했다. 특히 타이틀 곡 ‘옥상달빛’은 드라마 ‘파스타’에 삽입되었는데, 이는 그들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드코어 인생아’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았다. 격한 제목과는 달리 자조적이면서도 따뜻한 일기와 같던 이 노래는 비슷한 시기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와 함께 ‘88만원 세대’로 불리던 1980년대 초중반 생 청년들을 대변하는 노래로 평가받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2011년 4월, 정규 1집 [28]을 내보냈다. 타이틀 곡은 ‘없는 게 메리트’. ‘하드코어 인생아’ 이은, 당대 청년들의 현실에 옥상달빛은 “없는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게 젊음이라네 난”이라는 가사로 그들에게 말을 건냈다. 이 노래로 옥상달빛은 ‘위로’라는 컨셉을 새롭게 정의했다. 마냥 어둡기만 했던 이 단어에 밝음과 생기를 불어 넣었다. 그 완성은 같은 앨범에 담긴 ‘수고했어 오늘도’였다. 이 노래는 타이틀곡보다 오히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의 엔딩 곡으로, 또 방송 BGM으로, 여러 곳에서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옥상달빛의 위로가 다양하게 전해졌다. 다정하고 따뜻하며, 복잡한 의미 없이 편안한 언어와 멜로디는 이 노래를 옥상달빛의 대표곡으로 자리잡게 했다.

 

2012년 미니 [서로(Each Other)], 2013년 정규 2집 [Where]을 발매했다. OST, 싱글도 틈틈히 내며 공백기 없이 청춘을 위로했다. ‘희한한 시대’(2015), 커버송 ‘달리기’(2015), ‘두 사람’(2016), ‘인턴’(2017)등 일정한 주기로 지친 마음에 말을 걸었다. 대단히 눈에 띄는 곡은 없어도, 늘 한결같았다. 그것이 옥상달빛이었다.

 

2018년 10월부터 MBC 라디오 ‘푸른밤’ 디제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단숨에 지상파 라디오의 디제이 자리를 맡을 수 있던 건 아니었다. 데뷔 시절부터 마포 라디오의 ‘옥탑라됴’에서 디제이를 시작했다. 이후 V LIVE 플랫폼에서 진행하던 캐스퍼 라디오에서 디제이를 맡았고, 지상파 라디오에서도 게스트로도 간간히 출연하며 입담을 인정받았다. ‘라디오천국’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 유희열마저 그들의 입담에 놀랐을 정도다.

 

푸른밤 디제이를 맡게 된 것에 대해, “과거에 인지도가 낮아서였는지 디제이 섭외 단계에서 여러 번 미끄러진 적이 있는데, 어렵게 MBC로 온 만큼 이 자리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일 청취자들을 만나며 일상을 공유했다. 3년차로 활동하던 2021년 10월, 라디오를 진행하며 느낀 이야기를 담은 싱글 ‘푸른밤’을 발매했다. “알잖아 우리는 절대 굶으면 안돼 / 언제든 잠시 쉴 수 있게 여기에서 기다릴게”라며 청취자들과 소통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았다.

 

2022년 7월엔 책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발간했다.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이었다. 그들만의 소소한 칵테일 취향부터, 죽음에 대한 진지한 생각까지 풀어냈다. 2020년대 출판의 경향이 일상을 담아낸 에세이북이요, 특히 여성 저자들이 독주하다시피 하는 만큼 데뷔 이래 한결같은 이야기를 해온 옥상달빛은 이런 트렌드에 딱 맞는 저자였다. 같은해 8월, 싱글 ‘세레머니’를 발매했다. “너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라는 가사가 담겨있었다. “데뷔 초반에는 젊은 우리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했는데,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내 세대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어린 친구들의 아픈 이야기를 노래하고 힘을 주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데뷔한지 12년이 지났음에도 옥상달빛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위로를 건네는 음악을 하고 있다.

 

마라톤에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마치 옥상달빛 같다. 우리가 전력질주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수고했어, 오늘도” 라며 편히 쉴 작은 창을 내어주고, “천천히 살아가는거지” 라며 다시 나아갈 작은 숨을 불어넣는다. 옥상달빛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며 건강하게 걷고 있다.

 

[사진출처=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김해인 아카이브 K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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