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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by 최승원

1960s 김치캣 (Kimchi K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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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8-08작성자  by  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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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캣은 한국 걸그룹의 역사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해야 할 그룹이다. 김씨스터즈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이들은 ‘동양에서 온 매혹적인 스타일과 용모의 여성 그룹’으로 소개되며 호평받았다. 1960년대, 텔레비전, LP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김치캣은 당시 유행하던 재즈와 남미 음악 등을 한국적 정서와 융합해 아름다운 하모니로 탈바꿈시켰다. 

 

미8군 무대에서 박춘석을 만나다 


1960년 미8군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김치은 부산 출신 김양수, 서울 출신 김영기의 여성 듀엣 그룹이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김치캣은 한국대중가요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 박춘석을 만나 독집 LP [김치켙 걸작집]으로 공식 데뷔했다. 1960년 일본, 대만, 필리빈, 홍콩으로 5개월간 순회공연을 마친 후 일본에서 ‘김치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아리랑’과 ‘경성의 밤’이 수록된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A면에서는 박춘석이 기존에 작곡했던 곡들을 편곡한 ‘신라의 달밤’, ‘아리랑목동’, ‘비나리는 호남선’, ‘행복의 초대’가 수록됐는데, ‘아리랑목동’은 1955년 가수 박단마가 부른 LP로 발매됐으나, 김치캣이 부른 ‘아리랑목동’이 더 히트했다. 무엇보다 서양음악 리듬과 오케스트라 악단 연주, 한국적인 멜로디가 하모니를 이루며 곡 중간에 삽입된 꽹과리 소리가 곁들여져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이후 하춘화, 이미자, 나훈아 등 많은 가수들이 불렀고,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B면에서는 멕시코 음악 ‘쿠쿠루쿠쿠 파로마’, 전 세계적으로 번안되어 불렸던 까를로스 엘레타 알마란의 탱고곡 ‘Historia de un amor’를 번안한 ‘사랑의 역사’, 지금까지도 잘 알려진 ‘클레멘타인’, ‘테네시 왈츠’의 번안곡들로 구성됐다. 

[김치켙 걸작집]은 서양음악을 한국화한 음반 중에 하나로 볼 수 있지만, 때마침 1960년대 텔레비전이라는 강력한 미디어의 등장과 미8군 무대가 활성화되면서 김치캣이라는 걸그룹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후 1961년에는 ‘김치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빅터레코드에서 ‘경성의 밤’, ‘아리랑’이 수록된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민간 음반사에서 제작한 LP [검은 상처의 부루-스] 

 

한편, 1959년부터 국내 음반사들은 10인치 LP를 제작했다. 12인치 LP는 당시 KBS에서 방송을 위해 제작했는데, 1963년,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레코드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12인치 LP [검은 상처의 부루-스]가 제작됐다. 최초의 12인치 LP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지만, ‘하이파이’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활용하여 녹음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이 작품 역시 작곡가 박춘석의 손길로 제작됐으며, 당시 인기 있던 팝송들의 번안곡과 박춘석의 창작곡까지 총 12곡이 수록됐다. 특히 ‘검은 상처의 부루-스’의 원곡인 ‘Broken Blues’는 일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다수의 뮤지션들이 커버했는데 실 오스틴이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이 한국에도 알려졌다. 이후 박춘석의 편곡과 작사로 이어졌으며, 이 음악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라틴음악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이식한 이 앨범은 김치캣이 해외 진출을 앞두고 발표했던 야심작이다. 

1963년부터 김치캣은 일본, 홍콩, 필리핀, 대만 등을 거쳐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고 무대였던 스타더스트 호텔에 진출했으며 ‘동양에서 온 매혹적인 스타일과 용모의 여성 그룹’으로 소개됐고, 호평받았다. 

[검은 상처의 부루-스]에 수록된 번안곡들은 ‘문 리버’와 같이 이미 검증된 인기곡들을 박춘석의 편곡과 김치캣의 목소리를 통해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박춘석의 창작곡들 중 ‘아무도 없드라’ 와 같은 가벼운 스타일 곡 역시 당시의 세련된 감성을 담아내며, 김치캣이 번안곡만 부르는 그룹이 아닌, 오리지널 곡 뮤지션으로서의 그룹이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미국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김치캣은 1970년 발매한 [김치켓 히트 하이라이트] 이후 활동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국내 최장수 음반사이자 김치캣의 [검은 상처의 부루-스]를 12인 LP로 최초 발매한 오아시스레코드가 소장하고 있던 13만 곡의 음원을 디지털화하면서 시대를 풍미했던 김치캣의 이름이 대중음악계에 오르게 됐다. 같은 해, 김치캣의 곡 ‘아무도 없드라’는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남궁선 감독의 장편 영화 <십개월의 미래>에 삽입돼 주목을 받았다.

 


최승원 아카이브 K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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