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잼(C JAMM)은 전에 없던 한국 힙합 전성기를 만든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진정성 있는 가사와 독특한 한국어 라임, 그리고 비주얼적으로 개성 넘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줬다.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힙합 신에서 독보적인 래퍼로 자리매김한 그는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아티스트로서도 인정 받았다.

힙합 씬에 등장한 거친 신예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난 씨잼 (본명 류성민)은 제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고교 생활을 마무리 했다. 2012년 19살의 나이로 그의 첫 믹스테잎 [What the Nice]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크루 섹시 스트릿의 컴필레이션 믹스테잎 [We Yello]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씨잼은 2013년 그의 절친 래퍼 비와이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믹스테잎 [Go So Yello]를 발매했다. 이 믹스테잎에서는 이후 씨잼이 유명해지고 나서 큰 화제가 됐던 ‘A-Yo’가 수록되어있다.

꾸준한 믹스테잎 발매로 인지도를 얻어가고 있던 씨잼은 음악적으로도 계속 성장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래퍼 스윙스 (Swings)가 설립한 레이블 저스트 뮤직에 입단하여 2014년 저스트 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에 참여했다. 씨잼의 랩은 타이트 한 랩 스타일과 정확한 발음과 센스 있는 가사로 호평을 받았고, 수록곡인 ‘더’의 가장 첫 번째 파트 랩을 맡으며 힙합 신에 씨잼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된 곡이다.

이후 방송사 엠넷에서 시작한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 3에 저스트 뮤직 아티스트 바스코 (Vasco), 기리보이와 함께 참가했다. 당시 씨잼은 정확한 발음의 랩을 구사하며 거친 래퍼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본선 4강까지 진출했다. 이후 바스코의 싱글 ‘말 달리자’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거친 가사 외에도 쉼 없이 몰아치는 래핑을 보여주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15년 씨잼은 첫 정규 앨범 [Good Boy Doing Bad Things]를 발매했다. 앨범 발매 전 싱글 ‘걍 음악이다’를 선공개했는데 이 곡은 가사를 미리 썼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프리스타일 랩으로만 만든 곡이다. 이 곡을 필두로 이 앨범은 씨잼 기존의 타이트한 랩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트랩 외에도 록 음악에 영향 받은 비트와 90년대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붐뱁 등을 들려주며 장르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보인 앨범이었다.

프로듀서로 코드쿤스트, 비와이 그냥노창이 참여했지만, 수록된 트랙들 간의 완성도 편차가 큰 앨범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쉴 틈 없이 타이트한 랩을 선보였던 기존의 씨잼 랩 스타일과 다르게, 가사와 가사 사이에 쉬는 구간을 늘려가며 조금씩 변화를 줬다. 이 앨범을 통해 한국 힙합씬에서 꾸준히 작업물을 내는 대표적인 래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국힙합 트렌드를 이끌어가다

<쇼미더머니>에서의 큰 존재감에 힘입어 자신의 앨범까지 꾸준히 발매했던 씨잼은 2015년 11월 10일 디스곡 ‘신기루’를 공개한다. 단순히 어떤 래퍼를 디스하기 위한 곡이 아니라, 당시 씨잼이 바라본 한국 힙합 신의 전반적인 상황을 냉소적으로 꼬집은 곡으로 현재까지도 씨잼 최고의 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발매하지 않은 이유는, 수 많은 래퍼들을 디스하는 것 외에 ‘신기루’의 비트가 알 수 없는 프로듀서의 비트를 다운로드 받아 그 위에 랩을 얹은 것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2016년 5월 <쇼미더머니> 시즌 5에 참가했다. 1분 심사 무대에서 이미 수준이 다른 랩을 들려주었던 씨잼은 우승은 못했지만, 자신의 절친 비와이와 함께 대중들에게 인상 깊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퍼포먼스 덕에 방송 종료 후 비와이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바쁜 래퍼가 될 정도로 전국의 여러 행사를 다녔다. 또한 MBC <나 혼자 산다>에 고정 게스트로 나오는 등 사실상 <쇼미더머니> 시즌 5의 수혜자였다. 비와이와 함께 더블싱글이었던 [puzzle]은 음원사이트 멜론 1위를 차지했고, 2016년 엠넷에서 진행한 아시안 뮤직 어워드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까지 거머쥐었다.

2017년 저스트뮤직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효과]에 참여했다. 기존에 그의 거칠고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었던 랩 스타일에서 벗어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랩 스타일인 클라우드 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교적 랩에서 쉬는 구간도 기존에 하던 스타일 보다 더 많이 쉬게 되었는데, 이러한 스타일은 그가 미국에서 유행하던 클라우드 랩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논란 뒤집은 새로운 음악
 

2018년 스윙스와 빌 스택스 (구 바스코)와 함께 싱글 ‘Goat’에 참여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던 중,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5월 대마초 흡연과 마약 복용 사실이 적발되며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것이다. 이로 인해 예정되었던 행사와 방송 등이 모두 취소되었으며 많은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래퍼 저스트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Series]와 영비의 피처링에 참여하며 이전과 다른 랩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씨잼은 2019년 5월 16일 EP 앨범 [킁]을 발매했다. 조금씩 달라졌던 랩 스타일과 다르게, 이번 앨범에서 확연히 다른 이모 랩 (EMO rap)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모랩은 미국의 래퍼 릴 우지 버트 (Lil Uzi Vert), 릴 핍 (Lil Peep), XXXTENTACION (텐타시온), 쥬스월드 (Juice WRLD)등의 보여준 스타일로, 팝 펑크, 트랩, 클라우드 랩, 메탈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우울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의 장르다. 씨잼은 이모 랩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어 EP [킁]에 담았고 한국힙합 신에 새로운 자극을 줬다. 가사 역시 마약 복용 이후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담았고, 현재까지 발매된 이모랩 장르의 한국 앨범 중 가장 높은 퀄리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타이트했던 랩 스타일과 다르게, 발음을 흘리는 듯한 래핑인 멈블 랩을 보여주며 한국의 젊은 래퍼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EP [킁]은 2020년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랩&힙합 음반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결국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분에서 수상했고,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으로 선정됐다. 비록 마약 복용 사실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지만, 음악으로 자신을 또다시 증명하며 단순히 래퍼를 벗어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4년 만에 발매했던 앨범 [킁] 발매 이후 씨잼은 다시 한번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이후로 3년간 앨범 활동도 없고, SNS 활동을 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잠적한 상태였다. 씨잼의 새 앨범을 기다리던 팬들이 지쳐감에 따라, 씨잼의 근황도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2022년 3월 3일 씨잼의 두 번째 EP 앨범 [걘]이 발매됐다. 저스트뮤직에서 발매하는 씨잼의 마지막 앨범으로 아무런 피처링 없이 씨잼 단독으로만 녹음된 곡 9곡을 담았다.

비록 전작보다 더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단순해진 가사를 부정확한 발음으로 들리게 하는 멈블 랩, 잦은 오토튠의 활용 등으로 비판받기도 했는데, 한편으로 전작부터 참여했던 프로듀서 제이키드먼의 프로듀싱 능력과 더욱 탄탄해진 한글 라임, 미공개 곡의 재활용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시작

앨범 [걘] 발매 후 그냥노창의 싱글 [없는계절]의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현재까지 별다른 앨범 발매 예정은 없었다. 2022년 8월 4일 절친이자 래퍼 비와이가 이끄는 레이블 데자부 그룹에 들어가게 됐다. 저스트 뮤직 탈퇴 후 씨잼, 비와이 그리고 최엘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활동했던 크루 섹시스트릿의 멤버가 모두 모이게 됐다. 이후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에서 오랜만에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는 결혼 후 힙합플레이야페스티벌, 랩비트, 독주 라이브 등 서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과 파티에 참여했고, 새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데자부그룹]
 

최승원 아카이브 K 에디터